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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15. 22:42

11월 3일 토요일. 학교에서 기사시험을 준비하다가 음료수를 사들고 도서관 앞 벤치에 하늘만 쳐다보았다. 남학생 둘이 내 옆 벤치에 앉아 군대를 놓고 같이 고민중이다. 나는 문득 스쳐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자리로 돌아와 펜을 잡고 연필을 잡고 메모를 시작한다.


중학교 3학년 때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외고를 지원했었다는데 떨어졌다.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밖에서는 오락실 집에서는 만화책 학교에서는 프라모델을 붙잡고 있다가 2학년 1학기 때 수학정적을 받아놓고 이 성적으로는 대학교 정문 구경도 못하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여름방학 때 수학학습지를 신청하고 2학기 내내 풀었다. 매일같이 밤 9시까지 자율학습을 마치고 나니 수학수업을 알아듣겠더라. 수학 외국어 이 두 과목을 잡고 나니 3학년 때는 수능점수 올리기에 돌입할 수 있었다. 3학년 이전엔 300점을 한번도 넘지 못하던 내가 매 월 10~20점씩을 올려서 SKY권의 성적을 만들어냈다. 수능 전날 하나도 못잤는데. 원하는 전공은 기계공학, 사실 카이스트를 가고 싶었지만(중3때 못이룬 기숙사의 꿈 때문에) 전형에 대해 아는게 없는데다가 귀찮고 겁많아서 집에서 가까운 한양대에 지원했다. 쓴 다음날 붙었다. 미달이라니. 대학생활이 시작되었다.


있어보이는 걸 고르다가 어디서 들어본 건 있어서 기술고시 아니면 유학을 생각했었다. 1학년부터 기술고시를 준비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판단 뒤에는 내가 군대를 안가도 되기 때문에 - 눈이 나빴다 - 남들보다 시간은 많겠다라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설명회를 쫓아다녔는데 공부는 안하고 일년내내 책만 봤다. 본게 뭐냐하면, 우습게도 종교(신앙)서적. 친구들은 반수를 시작할 때 나는 '반수는 무슨...'이라 생각했고 친구들이 군대 가는 걸 보면서 '나는 안가도 되는데...' 이런 생각만 했다. 2학년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은 다 군대에 가버려서 (나한테) 숙제를 보여줄 친구도 없었다. 3학년 1학기를 조지고 휴학을 했다. 공익보다는 산업기능요원이 나을 것 같아 나를 받아 줄 업체를 찾아보다가 1년 가까이 지나 3월에 출근을 했다. 하루 일한 회사가 3개, 3일 나간 회사가 1개, 그 다음 회사에 한달을 다니면서 아니다 싶어 하나를 더 지원했고 그곳에 정착했다. 세상에서 가장 편했던 회사에서 가장 편한 업무를 맡았고, IMF를 갓 지나 희망이 보이던 시절이라 나같은 특례에게 더할나위없이 관대한 곳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1999년부터 산업기능요원 일을 마친 2005년 2월까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미래를 생각한 것도 아니고 선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비교우위와 안락함에 젖은 생활, 이 생활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갔다. 복학, 그 가슴 설레는 첫 발을 딛으면서 교회연합회의 총무를 맡았다. 공부에다가 맡은 일도 같이하려니 조금 벅찼지만 여전히 안락한 생활속에서 대학생활도 마무리가 되어갔다. 취업은? 역시 고민하지 않고 있다가 4학년 2학기가 되서야 부랴부랴 원서쓰고 그랬지. 나름대로 서류합격이 되길래 괜찮다 싶더니 내가 원하는 하나를 찾지 못하고 몇 군데 합격, 그나마 출근하는 1월 2일을 앞두고서도 결정하지 못해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출근했다.


내 생애 가장 큰 죄악은 결정해야 할 때 결정해야 할 것을 결정하지 않은 것이다. 내 잃어버린 10년, 결정하지 않은 20대의 삶이 이렇게 지나간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 2008.12.26 02: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빵가루 | 2008.12.28 20:15 신고 | PERMALINK | EDIT/DEL
나이 20이시면 부러운데요 흐흐
제가 그 나이로 돌아간다면... 음
선택한거에 대해 내가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만 잊지 마시고 즐겁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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