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팀 가운데 일부 기자들은 20년 전 민주주의를 향한 거리의 열정을 재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많은 이들에게 6월 항쟁은 기억을 통해서가 아니라, 활자와 다큐멘터리 필름을 통해 배워야 할 역사로 편입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완성되지 않았다. 민주화 20년 동안 힘없고 소외된 자, 가난한 자들을 구원하고 민중을 위한 세상을 열겠다고 나섰던 사람들이 집권하고, 권력과 부와 명예를 얻고, 이 사회의 주류로 부상했다. 그런데 왜 새로운 사회를 향한 그때의 열정은 오히려 싸늘한 절망으로 식었는가? 그토록 목마르게 부른 민주주의가 왔는데 왜 아직도 가진 자는 더울 더 많이 갖고, 없는 자는 더 가난해지고, 거리는 아직도 비정규직과 농민, 구조조정을 당한 자들로 넘쳐 나는가? 왜 처자식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가장이 늘고 있으며, 굶주려 우유와 빵을 훔쳐 먹는 이들이 아직도 많은가? - 서문 일부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이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질문을 하면서도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가? 과거에 이런 말을 했던 사람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다 같이 느꼈지만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20년 전의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다면, 그들이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점에 서 있는 우리가 진정 진보를 이루는 방법은 행동뿐이다.
이 책은 우리가 부끄럽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점들을 적나라하게 늘어놓고 있다. 이렇게까지 비판할 필요가 있을까 할 정도로 말이다. "사람들을 꿰뚫어보기는 아주 쉽다. 하지만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말은 다른 사람의 흠을 찾아내기 얼마나 쉽고 또 필요없는 일인지를 알려준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꿰뚫어보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들이 우리의 과제이다. 지금 노력해서 우리가 결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아쉽지만 열매를 거두는 일은 우리 자식들에게 맡겨놓기로 한다.
이 책은 경향신문에 실린 "진보 개혁의 위기"라는 기획기사를 엮은 것으로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지만 책을 사거나 빌려보기를 권한다.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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